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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내 바둑 친구·말벗은 로봇”(매경이코노미/2026.7.31.)

  • SSDA사무국
  • 2026.08.11
분류 외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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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2일 오후 3시,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있는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동대문센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입구부터 어르신들로 북적하다.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 건 장정맥으로 입장을 확인하는 키오스크다.

바로 뒤에는 바리스타 로봇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디지털 기기가 낯설 법한 어르신도 몇 번 화면을 누르더니 금세 주문을 마친다.

커피를 받아 뒤를 돌면 한 어르신이 로봇과 바둑을 두고 있다.

주변으로 로봇과 대국을 구경하는 사람이 가득하다.

한쪽에서는 말벗 로봇과 한 어르신이 대화를 나눈다.

로봇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거리를 두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시는 지난 2023년부터 장노년층 맞춤형 디지털 복합공간인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를 운영 중이다.

2023년 은평·영등포센터를 시작으로 강동·도봉·동대문까지 5개 거점으로 늘었다.

올해 3월 기준 누적 방문자는 20만명에 달한다.

이 시설에는 인공지능(AI) 바둑 로봇을 비롯해 로봇 바리스타, 정서 교감 로봇, 안내 로봇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로봇이 배치됐다.

이뿐 아니라 증강현실(AR) 운동기기와 스크린 파크골프, 키오스크 체험존 등도 갖췄다. 기업 협력도 이어진다.

삼성에스원과 협력해 삼성시니어디지털아카데미(SSDA) 체험존을 운영 중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르신이 로봇을 이용하는 광경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로봇 전환(RX)이 산업 현장을 넘어 일상으로 번지며, 어르신과 로봇이 마주 앉은 모습은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바뀌었다.

이준연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동대문센터장은 “처음에는 서툴러도 몇 번 이용하면 빠르게 적응한다”며

“상담존을 운영해보면 로봇·AI와 관련한 질문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지역 복지관은 물론 지방에서도 단체 방문이 이어진다”며 “로봇에 대한 고령층 관심이 높아졌다는 사실이 체감된다”고 덧붙였다.

 

센터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로봇은 중국 AI 기업 센스타임이 만든 바둑 로봇 ‘센스로봇 고’다.

머리 부분에 달린 시각 센서가 바둑판 전체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로봇 팔이 사람 대신 돌을 집어 착점한다.

기력은 18급부터 프로 9단까지 23단계로 나뉜다.

입문자가 기본 규칙을 익히거나 고수가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데 모두 활용할 수 있다.

대국이 끝나면 흐트러진 바둑돌을 스스로 정리하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기보를 저장해 복기도 가능하다. 한국기원 공식 인증도 받았다.

 

이 로봇은 잠깐 체험하는 전시용 로봇에 그치지 않는다.

센스로봇 고를 유통하는 씨넥스존에 따르면 국내 출시 후 월평균 500~700대 이상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판매 중이다. 가격은 140만원 안팎이다. 주요 구매자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바둑 입문자와 자녀의 두뇌 발달을 위해 바둑을 가르치려는 학부모다. 기력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급자가 쉽게 입문할 수 있다.

또 다른 그룹은 자택에서 편하게 취미를 즐기려는 바둑 애호가와 고령층이다.

최근에는 부모님 선물용으로도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끈다. 마지막으로 전문 교육 기관이다.

바둑 학원이나 기원에서 보조 교구로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바둑 로봇을 도입한 곳이 크게 늘었다”며

“현장을 다녀보면 상당수 학원과 기원이 한 대씩은 로봇을 도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오프라인 바둑을 두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로봇 도입은 바둑 저변 확대에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로봇이 파고드는 영역은 취미에 그치지 않는다. 집에서는 말벗이 되고, 복지관에서는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돌봄 인력 부족이 맞물리며 시니어 로봇의 역할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어린아이 모양의 인형 로봇 ‘효돌’이다. 어르신이 머리나 손을 쓰다듬으면 말을 건네고, 식사·복약·취침 시간을 알려준다.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거나 평소와 다른 생활 패턴이 감지되면 보호자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디지털 기기에 거부감이 있는 고령자도 비교적 쉽게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인형 형태로 만들어진 점이 특징이다.

회사에 따르면 어르신 1만명 이상에게 효돌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더풀플랫폼이 개발한 ‘다솜’도 다수 지방자치단체가 활용하는 돌봄 로봇이다.

AI 대화와 영상통화, 생활 알림 기능을 제공하고, 보호자용 앱과 관제 시스템을 통해 위험 신호를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단순히 정해진 말을 반복하는 데서 나아가 대화와 생활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돌봄 정보를 제공하는 구조다.

전국 약 110개 지자체와 보건소가 다솜을 도입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교육과 치매 예방 분야에서도 로봇이 맹활약한다.

토룩이 개발한 소셜 로봇 ‘리쿠’는 복지관과 경로당에서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주는 보조 교사로 활용된다.

사람 형태의 로봇이 말을 걸고 동작을 따라 하도록 유도해 수업 참여와 흥미를 이끌어낸다.

로보케어가 만든 ‘실벗’은 최대 12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그룹형 인지훈련 로봇이다.

기억력과 언어 이해력, 주의집중력, 계산 능력 등을 자극하는 20종의 콘텐츠를 담았다.

치매안심센터와 노인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아마추어 3단인 기자가 바둑 로봇과 대국을 해봤다. 먼저 기력을 설정해야 한다.

아마추어와 프로가 구분되지 않고 그냥 1단, 2단, 3단 식으로만 나와 있다. 일단 3단으로 설정하고 흑돌을 잡았다.

화점에 바둑알을 내려놓자 3초도 안 돼 로봇 팔이 백돌을 집어 소목에 뒀다. 역시 로봇답게 비뚤지 않게 정확히 착점한다.

 

초반 포석은 무난했다. 중반에 패를 걸자 피하지 않고 응한다. 그런데 로봇이 팻감을 잘못 썼다.

작은 돌에 집착하다 큰 돌을 놓치는 ‘소탐대실’이다. 이때다 싶어 패를 해소하고 대마를 잡았다.

형세가 기울자 바둑 로봇은 연이어 엉뚱한 수를 두기 시작했다.

패망선인 2선을 기는가 하면, 이미 잡은 돌에 가일수를 해 아까운 수를 낭비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의 신의 한 수에 당황해 버그를 일으켰던 것과 일치했다.

기자의 불계승이었지만 바둑 로봇은 항복 기능이 없다. 계속 ‘떡수’를 둬서 서둘러 판을 접었다.

두 번째 판은 6단으로 기력을 올렸다. 달랐다. 공격력이 꽤 날카로워졌다. 사활 계산도 정확도가 높아졌다.

방심한 사이 중앙 대마가 단숨에 포위됐다. 대마가 잡혀 22집을 패했다.

 

흥미로운 건 로봇의 물리적 존재감이다.

화면 속 AI와 대국하는 것과는 달리, 10여년 만에 실물 바둑을 두니 집중도 더 잘되고 기분이 남다르다.

반상 위에 로봇 팔을 휘두르며 돌을 어디로 옮길지 눈으로 좇는 긴장감,

수읽기를 하며 돌통의 돌을 만지작거리는 촉감도 온라인 바둑에선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단, 역시 사람과 두는 것만 못한 아쉬운 부분도 적잖다.

기풍이 단조롭고, 수읽기가 날카롭다가 흐트러지는 편차가 있다.

사람은 안 두는 헛수를 둘 때면 순식간에 맥이 빠진다.

무엇보다 시종 무심한 반응은 역시 인간미가 없다.

묘수다 싶을 때 탄성을 지르고, 꼼수에 면박을 주는 기능이 추가되면 ‘수담(手談)’의 재미가 더할 듯하다.

 

[기사원문]

https://www.mk.co.kr/news/economy/12113335